마즐루프와 애인절이 함께 출간한 중 한 장의 제목은 까마귀들의 열정, 분노, 그리고 슬픔이다. 이 장에는 시애틀의 어느 골프장에서 까마귀 한마리가 골프공에 맞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실려있다.
물론 사고로 벌어진 일이었다. 하늘을 날던 까마귀가 곤두박질치는 광경을 걱정스레 바라보던 사람들은 곧바로 다른 까마귀들이 도와주러 나타난 것을 목격하고 깜짝 놀랐다.
이 까마귀는 공에 맞은 까마귀의 날개를 잡아당기며 내내 울부짖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까마귀 다섯마리가 더 나타났다. “곧 세 마리가 협력해 죽은 듯 보이는 까마귀를 쪼고 당기기 시작했다. 양옆에서 날개를 지탱해 일으켜 세우려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공에 맞은 까마귀가 살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경기를 제개했다. 그러다 두 홀을 막 지났을 때 골프를 치고 있던 다른 이들로부터 공에 맞은 까마귀가 살아서 날아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일화에서 까마귀들이 다친 동료를 향해 연민을 표현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만 까마귀들이 다친 동료를 죽일 때도 있다. 이따금 다친 상황도 아닌 것 같은데 무리 지어 괴롭히고 죽이기도 한다. 까마귀류는 복잡한 새다. 까마귀들이 모인다고 할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다.
그렇지만 조금 전 살펴본 동료를 돕는 까마귀의 행동은 까마귀류 새들의 사랑과 슬픔에 대해 우리가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발판이 되기에 충분한 것 같다.
마즐루프와 에인절은 까마귀와 큰까마귀가 자기 종의 시신 곁으로 날아드는 것이 “정례적” 속성을 띤다고 강조한다. 또 이러한 행동은 자신들의 동료가 죽은 이유를 확인하고자 하는 적응적 반응일 수 있다고 한다.
어느 까마귀의 죽음으로 변화된 위계질서 속에서 자신의 새로운 위치를 가늠하는데 도움을 얻으려는 것일 수도 있다.
두 사람은 이렇게 썼다. “우리는 까마귀가 짝이나 혈연의 죽음을 슬퍼한다고 추측한다.” 이 복잡한 생명체, 깃털 달린 유인원에 대해 이야기한 것들을 모아보면 나 역시 그렇게 추측하지 않을 수 없다.